사실 난 무슨 행사나 공연을 보고 감상문이나 후기를 남기진 않는다.


그것이 음악 더군다나 록 밴드의 공연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


10대 시절 부터 공연장을 다니면서


집에서 오디오로 듣는 것 이상의 감흥을 선사하는  밴드나 음악인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.


난 소위 분위기를 잘 타지 못하는 타입으로.


다른  여러명의 사람들과  함께 모여서 때창을 한다거나 어깨동무를 하며 


하나가 되는 경험을 음악 콘서트에서 가진 적이 없다. 그저 다리가 아팠을 뿐이다.


이 정도 되면 슬슬 공연은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있어야 하겠지만


그래도 무언가를 선사해줄 것 만 같은 밴드들이 오면 거금을 들여 예매를 하고 공연장을


찾게 된다.  


대부분은 실망만 남기고 끝나버리지만


오늘 보고 듣고 느끼고  체험한  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정말 소중한  기억이 될 것 같다.


그리고 오늘 비로소 그들의 라이브를 체험하게 됨으로써 그 들이 음악을 통해 지향하는 것이


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.


그것은 시디플레이어나 음질좋은 180그램 짜리 엘피로 거액의 오디오 장비로


체험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.


정확히 말해서 그것은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었다.


그것은 소리를 거대하게 증폭시켜서 


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물리적 형체를 만들어내는 작업이었으며


거의 종교적인 열망이 빚어낸 형이상학이었다.


그 형이상학적인 물체는  때론 주먹이 되어 청자의 육체를 두들겼고


때론 거대한 혓바닥이 되어 존재의 온 육체를  휘감기도 하였다.


그 밖에도 전신을 휘감는 사운드가 빚어낸 이 형이상학적 존재는


여러가지 양태로 변신하여 존재의 육체에 부딪혔다.


현혹시키지 않는다. 명징한 확신과 찾아온 오싹한 떨림..


마지막 곡 you made me realise ?의 증폭된 10분..은


그것은 드론과 노이즈를 뿜어대는  예술가의 수줍음이 아니라 거대한 열망이었다. 


멘트다운 멘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앵콜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


팬 서비스 같은 예상하지도 않았다.


그러나 나는 


그들이 그 어떠한 밴드 보다도 간절하게 청자들의 육신속으로 파고 들어오길 원했다는 것을


알게 되었다.


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고 생각되며


다음에 또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겠다.



이 토록 레코드가....하찮게 느껴질 때가 또 있었을까?


여하튼 오늘 마블바의 공연은 레코드가 완성품이 아니라 거대한 이상의 한 부분이란


사실을 기분좋게.....그리고 또 한 없는 그리움 속에 사무치게 만들며 끝이 났다.


언젠간 또 보게 되겠지 뭐..